아내가 슴슴한 된장국을 끓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고향에서 '고동'이라 부르던 다슬기를 깨끗이 씻어 툭 던져 넣고,
부추 한 줌을 얹어 정성으로 완성한 국물입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릇 앞에 숟가락을 가만히 담그는 찰나,
그 향기는 혀끝에 닿기도 전에 코끝을 지나 마음으로 먼저 전해집니다.
어머니가 차려주시던 그리운 계절의 맛입니다.
아내의 된장국에서도 그 시절의 서사가 느껴질까요.
국물 한 모금에는 참으로 많은 편린이 묻어납니다.
흙냄새 밴 어머니의 투박한 손길과,
햇살 부서지는 개울가에서 멱을 감던 어린 날의 기억,
봄이면 땅을 헤치고 올라오던 냉이의 서슬 퍼런 향기까지.
그 모든 시간이 한 그릇의 국 속에 오롯이 살아 숨 쉽니다.

이맘때면 유독 생각나는 냉잇국 또한 그렇습니다.
검은 봉지 가득 담겨온 무심한 냉이들.
손질의 수고로움을 견디고 양은 냄비에서 푹 끓여내면 비로소 고향의 맛이 완성되었습니다.
뜨거운 국물이 식도를 타고 흐를 때,
그곳에는 넉넉했던 고향의 품과 어머니의 사랑이 있었습니다.
변하지 않는 맛의 기억은 우리를 늘 같은 곳으로 데려다줍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조우한 첫 번째 맛은 어머니의 품이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마주한 그 따스한 온기.
혀끝에 맺힌 달큼한 기억을 통해
우리는 어쩌면 처음부터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로 태어났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평생토록 그 사랑을 찾아 헤맵니다.
나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소중하게 읽히기를,
나의 시간이 누군가에게 따스하게 인정받기를 바라며.
그 근원적인 갈망이 우리를 다시 길 위로 이끕니다.
삶이란 결국 사랑이라는 이름의 원천을 찾아 떠나는 여행입니다.
진정한 맛은 그 사랑의 형태와 가장 닮아 있습니다.
음식의 심연에는 어머니의 헌신과 온기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으니까요.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맛의 숭고한 기억입니다.
저는 오늘도 그 본질적인 맛을 찾아 길을 떠납니다.
따스한 환대와 진심이 담긴 맛을 찾아가는 순례자처럼.
아내가 차려준 다슬기 국에는 어떤 진심이 담겨 있을까요.
그 소박한 국물 안에서 어머니의 손끝에서 탄생하던 옛 기억을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이가 건네는 정성은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 훌륭한 최고의 성찬입니다.
맛의 길을 걷는 순례자로서 오늘도 길을 나섭니다.
사랑을 따라, 그리고 그 사랑이 머문 맛의 흔적을 따라서.
결혼 1000일을 기념하며 저희를 찾아주신 아름다운 두 분.
두 분의 사랑스러운 온기 덕분에 골드참치의 공기가 한결 밝게 빛났습니다.
앞으로의 나날도 소풍처럼 즐겁고 찬란하게 가꾸어 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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