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분주함 속에서도 제가 가장 즐거워하는 시간은 주방에 서는 순간입니다.
식구들이 모이는 날이면 어김없이 앞치마를 두르고 정성을 쏟을 준비를 하곤 합니다.
특히 오랜 시간과 세밀한 불 조절이 필요한 찜과 전골 요리는 어느덧 저의 전담 영역이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고, 맛있게 먹는 모습에 보람을 느끼던 작은 기쁨이 이제는 삶의 소중한 취미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요리사라는 꿈을 꾸게 되었고, 음식에 대한 저만의 철학도 깊어졌습니다. 오늘은 그 내밀한 생각들을 매거진의 한 페이지처럼 풀어내 보려 합니다.
7kg에 달하는 노르웨이산 생연어입니다. 고소한 연어 머리 구이는 모든 손님께 드리는 골드참치의 작은 선물입니다.
"요리는 숭고한 창조 활동이며, 음식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입니다."
첫째, 요리는 생명과 생명을 이어주는 가교입니다.
우리가 음식을 취한다는 것은 자연의 어떤 생명체와 깊은 인연을 맺는 일입니다. 그 귀한 생명이 나에게 전달되어 나의 에너지가 된다는 사실에 늘 경의를 표합니다.
결국 내가 먹는 음식이 곧 나의 신체를 구성하고 정신을 만드는 '나 자신'이 되는 셈입니다.
따라서 음식은 단순한 영양의 섭취를 넘어, 생명을 낳고 이어가는 거룩한 과정으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도마 위에 놓인 참치 한 점이 어떤 바다를 건너 이곳까지 왔는지 헤아릴 때, 요리사의 손길은 비로소 공손해지고 진지해집니다.
둘째, 요리는 끊임없는 창조 활동입니다.
맛을 향한 탐구는 음악가가 완벽한 선율을 찾기 위해 음표를 고르는 고뇌와 닮아 있습니다.
같은 식재료라 할지라도 요리사만의 색채를 더해 세상에 없던 맛을 빚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돼지고기 지리탕'이라는 요리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저희 가게 식구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저마다의 솜씨를 뽐내는 즐거운 시간을 갖곤 합니다.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냉장고를 열었을 때 눈에 들어온 삼겹살과 애호박으로 저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자칭 '돼지고기 지리탕'이라 명명한 이 요리는 돼지 특유의 풍미를 맑고 깊게 담아내어 식구들의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익숙한 재료로 낯선 감동을 선사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요리가 가진 창조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200kg급 초대형 참다랑어의 4분의 1쪽입니다. 압도적인 크기만큼이나 깊은 풍미를 품고 있습니다.
셋째, 요리에는 만드는 이의 고유한 개성이 깃듭니다.
사람마다 목소리가 다르듯, 요리 역시 만드는 이의 손끝에 따라 저마다의 맛을 자랑합니다.
이 미묘한 차별성이야말로 요리의 수준을 결정짓고, 손님들이 기꺼이 그 가치를 지불하게 만드는 핵심이 됩니다.
골드참치를 다시 찾아주시고 소중한 인연을 소개해 주시는 손님들의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완전한 해동, 두툼한 식감, 정갈한 물기 제거. 이 세심한 과정들은 꽤나 많은 정성을 요구합니다.
사시미 한 점을 내어놓기 위해 들이는 그 보이지 않는 시간들이 골드참치만의 선명한 개성을 만듭니다.
불을 쓰지 않는 요리조차 이러할진대, 모든 음식이 저마다의 차별화된 개성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입니다.
참치의 위엄을 보여주는 머리 부분입니다. 비록 요리에 사용하진 않지만 그 존재감만으로도 특별합니다.
넷째, 요리는 사람을 향한 지극한 섬김입니다.
골드참치의 모든 칼에는 '인간 섬김에 기쁨을'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음식으로 사람을 섬긴다는 것은 저에게 오랜 시간 공들여 다듬어온 삶의 화두입니다.
단순히 허기를 채우고 대가를 받는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 저는 요리를 통해 한 사람의 마음을 대접하고자 합니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닌, 배고픈 이에게 정성을 다하는 행위 그 자체에 가치를 두는 것.
이것이 제가 직업을 통해 찾고자 하는 삶의 품격이자 소명입니다.
누군가에게 따스한 베풂을 전하는 마음으로 요리를 내어드리는 순간, 요리사는 하나의 성직자와 같은 경건함을 갖게 됩니다.
세상의 모든 진실한 노동이 그러하듯, 요리 또한 사람을 위하는 성스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음식은 그 자체로 거대한 문화입니다.
한 나라의 정신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식문화를 살피듯, 음식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입니다.
음식은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공동체의 팀워크를 단단하게 만드는 '연체'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저희 공간에서도 그런 마법 같은 순간을 매일 목격합니다.
처음 들어올 때의 경직된 모습은 정성 어린 음식을 마주하며 점차 부드럽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해갑니다.
얼굴에 번지는 따스한 홍조와 기분 좋은 미소, 때로는 다정하게 손을 맞잡고 나서는 뒷모습에서 음식이 선사하는 문화적 힘을 실감합니다.
요리에는 정성과 감사, 그리고 소통의 언어가 깃들어 있습니다.
즐거움이 있고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이 소중한 행위를 결코 허투루 할 수 없습니다.
재료 하나하나에 경의를 표하며 지극한 정성으로 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저는 골드참치를 시작했고, 지금도 요리를 깊이 사랑합니다.
저에게 요리란 세상을 향한 창조이자 사람을 향한 섬김이며, 우리 모두를 하나로 이어주는 아름다운 문화 행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