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벗과 나누는 수다는 언제나 마음을 포근하게 데워주는 힘이 있습니다.
어느덧 일상이 되어버린 어제의 풍경입니다.
마침 보고 싶던 찰나에 상갓집이라는 무거운 자리에서 우연히 마주한 친구는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서로의 살아온 이야기를 풀기에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제격이지요. 특히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막역한 사이라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시냇가에서 함께 물놀이하며 자랐던 그 시절의 순수함을 간직한 친구를 우리는 흔히 ‘불알친구’라 부르며 격의 없이 대하곤 합니다.
사실 나이가 들다 보면 대화의 주제는 정해진 경계 없이 자유롭게 흐르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외설과 정설의 묘한 경계를 오가기도 하지요.
그 모호한 경계가 주는 즐거움이 사람을 웃음 짓게 하고 삶의 활력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농담과 진실, 사실과 해프닝 사이에도 분명한 기준이 존재합니다. 저는 그것을 나름의 ‘원칙’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오늘은 대화 속에 담긴 저만의 원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합니다.
첫째, 말에는 진실성이 깃들어 있어야 합니다.
말은 곧 그 사람이 지닌 생각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곧 사람을 대변하듯, 말은 생명의 표현이자 나를 온전히 드러내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아무리 수려한 미사여구를 늘어놓아도 그 안에 진실이 결여되어 있다면 듣는 이는 본능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반대로 조금 어눌하고 투박하더라도 진심을 담아 말하는 사람 주변에는 언제나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진실성이 지닌 보이지 않는 무게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지요.
둘째, 말은 긍정의 기운을 담아야 합니다.
대화 자체가 건강한 에너지를 발산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긍정적이고 밝은 대화 속에는 언제나 기분 좋은 웃음이 깃들기 마련입니다.
반대로 부정적인 말은 주변의 에너지를 갉아먹고 서로를 반목하게 만들며, 흑백논리로 갈등을 부추깁니다.
인간관계의 통찰을 전했던 데일 카네기는 논쟁에서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논쟁을 피하는 것이라 말했습니다.
남을 비판하고 부정적인 말을 쏟아낼 바에는 차라리 침묵을 지키는 편이 현명할지도 모릅니다.
긍정은 우리 삶을 유쾌하게 변화시키고, 우리에게 삶의 기쁨이라는 선물을 건네줍니다.
셋째, 말 자체는 생각보다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의 중요성을 설파하다가 갑자기 중요하지 않다니, 의아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대화의 본질을 관통하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주변에서는 제가 말을 참 잘한다고들 하시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저는 말을 잘하기보다 잘 들어주는 편을 택합니다.
상대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따뜻한 맞장구를 치며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해 주는 것만으로도 대화는 완성됩니다.
"그랬구나, 정말 힘들었겠다"와 같은 공감의 한 마디는 그 어떤 유려한 논리보다 강한 힘을 지닙니다.
명쾌한 논리로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태도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우리는 경험을 통해 깨닫곤 합니다.
저는 흔히 '또박또박 말을 잘할수록 상대는 또박또박 성질이 난다'는 표현으로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저희 매장에는 젊은 손님들이 참 많이 찾아주십니다.
그럴 때면 저는 가급적 다찌(Bar) 자리에 앉으시기를 권유하곤 합니다.
단순히 자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삶의 작은 응원과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가벼운 코칭을 곁들이기도 하고, 서로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러운 중재자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가령 이런 식입니다.
"참 고우신 분이 오셨네요. 남자친구분이 신경 좀 쓰셔야겠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분은 늑대 같은 남자들이 가만두지 않거든요."라는 농담을 건네면 매장에는 이내 화사한 웃음이 번집니다.
여자친구는 기분 좋게 웃으며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남자친구 역시 쑥스러워하면서도 즐거워합니다.
넷째, 말에는 유머가 깃들어 있어야 합니다.
타인에게 즐거움을 주는 위트 있는 한 마디는 관계의 밀도를 높이고 행복을 선사합니다. 유머가 있는 사람 주변에 늘 온기가 가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유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타이밍'입니다.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여 던지는 말 한마디가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웃음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과한 몸짓이나 억지로 꾸며낸 농담은 때로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지요.
제가 지향하는 유머는 곱씹을수록 은근한 즐거움이 느껴지는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은근한 매력'이 느껴지는 그런 유머 말입니다.
어찌 되었든 말입니다...
유머에는 모름지기 은근한 품격이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입가에 살포시 미소가 머금어지는 그런 대화가 참 좋습니다.
저는 그런 유머로 삶의 유희를 즐기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사람들과 웃고 즐기며 진솔하게 소통하는 사람으로, 그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따뜻하게 남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