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댁 자제분인지 참으로 수려하다는 인사가 입가에 머물렀습니다."
입구에서 수줍게 인사를 건네는 청년의 모습이 하도 맑고 건강해 보여 건넨 진심 어린 덕담이었습니다. 잘 정돈된 오늘날 청춘의 초상을 마주한 듯해 반가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곁을 지키는 연인의 미소 또한 참으로 어여쁩니다. 시원하게 웃는 그 표정에 구김살 하나 없어 보는 이의 마음까지 환해집니다.
온종일 비가 내리는 날이라 여유가 생긴 룸으로 두 분을 안내해 드렸습니다. 정성 들인 전채 요리가 지나고, 드디어 메인 참치가 나갈 차례입니다.
참치를 들고 손님께 다가가는 발걸음은 늘 제 몫으로 남겨둡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길 수 있다'는 식문화의 힘을 믿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다가와 꽃이 되었다.
김춘수님의 꽃
제가 내어드리는 참치 또한 이 시구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 가치를 알기 전에는 그저 하나의 식재료일 뿐이지만, 그 깊이를 이해하는 순간 미학적인 미식의 경험으로 치환됩니다. 최고의 참치를 가장 온전하게 즐기시길 바라는 욕심에, 참치를 대하는 법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드리곤 합니다. 덕분에 골드참치를 찾는 많은 분이 저와 눈을 맞추며 반겨주시는 기쁨을 덤으로 얻었습니다.
참치회를 올린 판을 들고 '어쩜 이리도 예쁘고 밝은가요?'라며 인사를 건네니, 두 분은 이제 만난 지 겨우 10분이 되었다며 수줍게 웃습니다. 2주간 온라인의 글자로 온기를 나누다, 오늘 이곳에서 처음으로 서로의 눈을 마주한 것이지요.
"저희 어때 보이나요?"라는 질문에 저는 진심을 담아 답했습니다.
"참으로 잘 어울리는 한 쌍입니다. 오늘 두 분의 시작이 따뜻했으면 좋겠네요. 특히 청년이 꽤 괜찮은 사람 같으니,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서로의 진심을 들여다보세요."라고 기분 좋은 응원을 보탰습니다.
방을 나오며 요즘 청춘들의 연애 방식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오래된 벗처럼 격의 없이 장난치고 웃음 짓는 모습에서 건강한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그 밝고 투명한 청춘의 빛깔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어떠한 그늘도 없이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 생명력.
그들의 생동감이 가게 안을 가득 채우는 듯했습니다.
조금은 예스러운 회상일지 모르나, 저의 청춘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최루가스 자욱한 교정에서 눈물 콧물 쏟으며 시작했던 85학번의 기억입니다. 시대의 아픔과 이념의 구호가 낭만보다 앞섰던 시절, 저 또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북과 장구를 두드렸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잿빛 하늘 아래에서 세련된 연애를 꿈꾸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시골 어머니께서 참깨와 콩을 팔아 보내주신 귀한 돈의 가치를 알기에, 청춘의 낭만을 즐기기보다 삶의 무게를 먼저 배웠습니다. 그때의 습관 덕분에 지금도 스스로에게 쓰는 돈은 아낄지언정, 타인을 위한 마음에는 인색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골드참치에는 유독 젊은 청춘들이 많이 찾아줍니다. 대개의 참치집이 중장년층의 전유물인 것과 달리, 저희는 30대 손님이 절반을 차지합니다. 소개팅이나 데이트 명소로 입소문이 난 덕에 주말이면 설레는 커플들의 에너지가 매장을 가득 메웁니다.
농담을 좋아하는 주인장답게 가끔은 이런 인사를 건넵니다. "오늘 두 분 덕분에 우리 가게 물이 아주 맑아졌네요. 참으로 고맙습니다."라고 말이지요. 그 수줍은 농담에 까르르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가 저를 다시 젊게 만듭니다.
오십 대의 중턱에 서고 보니, 젊음이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느껴집니다. 그들이 뿜어내는 생명력과 활기는 식당이라는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귀한 선물입니다.
가장 찬란한 시절을 통과하고 있는 그들의 아름다움을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오늘 골드참치를 방문해 주신, 만난 지 10분 된 그 풋풋한 인연.
부디 그 설렘이 좋은 결실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100일 후에 다시 오겠다던 그 약속이 지켜질 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봅니다.
분홍빛 도화꽃이 만발하듯,
지금 그대들의 청춘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계절입니다.
